야생 디스커스 번식기
Part 3 - 체착
이번 편에서는 디스커스만의 독특한 번식 방법인 "체착" 과정에 대해 다룰 예정입니다.
체착은 야생에서 디스커스가 치어의 생존률을 높이기 위해 초기 먹이로 부모개체가 분비하는 점액질을 치어에게 공급하는 행동을 뜻합니다.
본 편에서는 체착을 시작하는 부화 후 3일차부터 점액 섭식이 끝나는 부화 후 15일차까지의 기록을 담았습니다.
■부화 후 치어를 이소시킨 모습
대부분의 경우에서 디스커스들은 체착에 이르기 전, 부화된 치어들을 산란했던 장소가 아닌 다른 장소로 이동시킵니다.
이는 포식자의 추적을 피할 뿐만 아니라, 남은 알 껍질 등에서 올 수 있는 치어에게 유해한 곰팡이 및 미생물들을 방지하기 위함으로, 적으면 한번에서 많게는 체착 전까지 3~4번씩 치어를 붙여둘 장소를 바꾸게 됩니다.
이 시기의 치어에게는 머리에 위치한 3개의 Cement gland라는 부위에서 끈끈한 점막을 분비하여 수조 벽, 산란상, 유목 등의 기작에 몸을 붙일 수 있도록 합니다.
위 사진에서 CG로 표기된 부위가 Cement gland, Y로 표기된 부분이 난황으로, 체착 현상은 위 단계 중 난황이 급격히 소모되는 e 단계부터 시작하여 난황이 흡수되고 Cement gland가 사라지는 g 단계에 완전히 이뤄지게 됩니다.
이 시기에 부화한 치어의 수가 너무 적거나 치어들의 상태가 좋지 않아 부모 개체가 보기에 정상적인 번식이 이뤄질 수 없다고 판단되면, 부화한 치어를 잡아먹고 다시 산란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현상이 장기간 반복되면 스트레스 및 에너지 소모의 영향으로 종어들에게도 좋지 않고 산란 수 또한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한번에 산란수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체착 1일차 모습 (부화 4일차)
체착을 처음 시작할 때에 치어는 아주 작은 실이 물에 떠다니는 것 처럼 보일 크기로, 전장은 약 5mm정도입니다.
체착 과정은 먼저 종어들이 치어들을 체착시키기 유리한 장소로 옮긴 이후, 치어들이 자유유영을 하면 종어의 몸에 붙는 순서로 진행되는데 이 때 치어들의 유영능력이 약하기 때문에 제대로 체착되기까지는 몇일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이 시기의 치어들은 본능적으로 검은 물체에 붙으려는 습성을 지니기 때문에, 수조 내에 종어 개체들보다 색이 어두운 물체가 있다면 그 물체에 붙을 수 있습니다.
때문에 체착 진행 상황을 관찰하며 문제가 있을 경우 백스크린이나 여과용 스펀지와 같이 색이 어두운 물체를 치워주는 것이 체착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또한 제 경우 수조의 높이가 60cm으로 비교적 높았기 때문에 체착 과정 중 치어들과 종어들이 서로 인식하기 쉽게 하기 위해 수위를 30cm까지 낮춘 상태로 유지했습니다.
■체착 2일차 모습 (부화 5일차)
■체착 3일차 모습 (부화 6일차)
3일차가 되면 대부분의 치어들이 체착을 완료하고 부모개체가 분비하는 점액을 먹기 시작합니다.
대부분의 체착 기간동안 치어들은 수컷에 더 많이 붙어있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것이 디스커스라는 종 자체의 특징에서 기인하는 것인지 아니면 단순 개체차이인지에 대해서는 더 지켜봐야할 것 같습니다.
아무튼 물고기 번식에서 사육자가 24시간 붙어서 먹이를 안챙겨줘도 된다니, 너무 좋습니다.
■체착 4일차 모습 (부화 7일차)
이 시기가 되면 체착이 완전히 마무리 되고 이 단계까지 정상적으로 생존한 치어들은 앞으로 거의 탈락하는 일이 없습니다.
때문에 추후 브리딩에 있어 들어갈 먹이값 등의 계산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면 이 시기의 치어 수를 참고 해서 계산하면 큰 사고가 없는 한 꽤나 정확한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또한 그 다음날정도부터 첫 먹이로 브라인 슈림프를 공급하기 때문에 미리 준비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체착 5일차 모습 (부화 8일차)
이 시기가 되면 치어들의 색이 눈에 띄게 짙어지고 유영성 또한 매우 강해지게 됩니다.
또한 브라인슈림프를 급여하게 됨에 따라 주기적인 환수도 병행하게 됩니다.
제 경우 브라인슈림프가 담수하는 시간이 약 12시간 가량임을 고려해 2개의 통에 12시간 간격으로 브라인슈림프를 나눠 부화시키고 매 12시간마다 급여와 부화 및 환수를 반복했습니다.
치어들에게 너무 갑작스러운 환수는 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이 시기에는 브라인슈림프 급여 직전, 각 1회 약 50%정도의 부분환수만 진행해 남은 브라인슈림프를 제거해줬습니다.
또한 브라인슈림프에 대한 적응이 아직 이뤄지지 않았고, 아직 주식은 부모 개체가 공급하는 점액질임을 감안해 브라인 슈림프의 급여 량을 조절했습니다.
일반적인 디스커스 브리딩 자료에서는 이 시기쯤 치어들을 분리하는데, 제 경우 단순히 개체 수를 늘리는 것이 아닌 디스커스라는 종의 번식 습성 전반을 관찰하는 것 또한 목적이기 때문에 분리 없이 계속 종어들과 함께 사육했습니다.
■체착 6일차 모습 (부화 9일차)
이 시기에는 전날 진행한 50% 환수에서 치어들이 데미지를 입지 않는다고 판단, 환수량을 90~100%까지 늘려 진행했습니다.
또한 이때부터 치어들이 브라인슈림프를 조금씩 먹기 시작하는데, 종어들이 공급한 점막을 먹은 치어는 배가 흰색을, 브라인슈림프를 먹은 치어들의 배는 주황색을 띕니다.
■체착 7일차 모습 (부화 10일차)
이 시기부터 수조에 바닥재를 다시 조금씩 넣어주기 시작했습니다.
바닥재는 ADA 사의 La plata sand, La plata sand Big, Colorado sand 세 제품을 1:1:1 비율로 혼합한 것으로, 개인적으로 사용해본 바닥재 중 실제 남미 강가에 있는 모래와 가장 유사하다고 판단해 디스커스에 애용하는 제품입니다.
바닥재는 한번에 전부 다 까는 것이 아닌, 매 환수 직전 조금씩 추가하고, 바로 환수를 통해 분진을 제거함으로서 치어들이 입을 수 있는 데미지를 최소화 해주었습니다.
일반적으로 디스커스 치어 사육에 있어 바닥재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나, 야생에서 모래 속에 파묻힌 무척추동물 등의 먹이를 입으로 불어 물 위로 띄운 뒤 잡아먹는 디스커스의 습성을 고려해 모래가 존재하는 것이 더 유리할 것으로 보고 바닥재를 투입했습니다.
또한 수조 바닥에 보이는 굴껍질은 성장기 치어들이 골격 형성을 위해 대량으로 사용하는 미네랄을 보충해주고, 동시에 수질에 있어 pH의 급락을 막는 버퍼로서 이용하기 위해 투입했습니다.
■브라인슈림프를 먹은 치어 (상), 종어가 공급한 점액을 먹은 치어 (하)
이 시기 치어들은 아직 내장을 감싸는 복막이 두껍게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먹은 먹이의 종류와 소화상태를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때 브라인슈림프를 먹은 치어는 배가 주황색을, 종어가 공급하는 점액질을 먹은 치어는 배가 흰색을띄며, 상당히 소화속도가 빨라 브라인슈림프를 먹은 후 2~3시간 뒤면 다시 배가 희게 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체착 8일차 모습 (부화 11일차)
이 시기부터 치어들이 부모개체와 떨어져 있을 때 서로 뭉치는 행동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대량환수를 진행하기 때문에 환수 도중 친어들의 몸 일부가 물 밖으로 노출되는 상황이 발생하여, 이로 인한 스트레스를 줄여주고자 수초인 붕어마름을 소량 수조에 식재해 환수중 도피할 장소를 만들어줬습니다.
■체착 9일차 모습 (부화 12일차)
■체착 10일차 모습 (부화 13일차)
이 시기부터 치어들은 차차 종어들의 점액이 아닌 브라인슈림프를 주식으로 삼게 됩니다.
때문에 친어들도 서서히 분비하는 점액의 양을 줄여가기 때문에 치어들이 과도하게 종어의 몸을 쪼면 데미지를 입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수조 내에 존재하는 브라인슈림프의 양을 계속 관찰하다 양이 줄게 되면 바로 보충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체착 11일차 모습 (부화 14일차)
■체착 12일차 모습 (부화 15일차)
이 시기부터 치어들은 종어가 공급하는 점액질을 먹지 않고 브라인슈림프를 먹게 됩니다.
따라서 치어들이 친어의 몸을 쪼는 횟수도 부화 14~15일차 이틀에 걸쳐 기하급수적으로 줄게 됩니다.
이 때부터 치어들이 종어의 몸을 쪼는 것은 주변에 먹이가 없어 배가 고플때가 아니면 거의 관찰할 수 없기 때문에 만일 치어들이 종어의 몸을 쪼는 행동을 한다면 빠르게 먹이를 공급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이 시점부터 종어들은 치어들에게 먹일 점액을 거의 생산하지 않고, 치어들도 너무 커버려 종어를 쪼면 친어들이 과도한 스트레스로 큰 데미지를 입을 수 있기 때문에 먹이 공급을 끊임없이 진행해야 치어와 종어를 계속 합사해 키울 수 있습니다.
점액질이 아닌 사람이 급여하는 먹이만을 먹게 되는 부화 15일차 이후는 Part 4 - "육성" 편에서 다룰 예정입니다.
(부화 16일차 자료는 하루간 외출로 인해 없어 부화 17일차 자료부터 시작할 예정입니다)
1) Shun Satoh, 2016, Morphological and behavioral ontogeny in larval and early juvenile discus fish Symphysodon aequifasciat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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